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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빠들의 착각


1. 로스쿨은 대학교육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로스쿨 찬성론자들은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전공공부를 등한히 하고 오직 사시에 목숨을 걸게 되어 대학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는바, 로스쿨을 도입하면 고시올인 풍조가 사라지는데다가 학부성적이 입학전형자료가 되므로 대학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할 수 있다. 첫째, 현재 많은 이공계생들이 의전에 목매달고 전공공부를 등한히 하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법시험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로스쿨 입학시험(LEET)에 목매달게 되어 전공공부를 등한히 할 것이 뻔하고, 둘째, 대학간 실력차이가 고등학교간 실력차이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각 로스쿨들이 학부성적의 비중을 높게 책정할 것인지 의문이며(심지어 출신대학별로 성적에 차등을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셋째, 현 사법시험 제도하에서도 학부성적을 반영한다면 굳이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출신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재의 사법시험은 법학전공자만으로 그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 않고,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수의 비법대생들이 합격하고 있는바, 굳이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제도만 약간 손질한다면(합격정원을 대폭 늘림과 동시에 비법대생 쿼터제를 실시하는 등) 로스쿨 찬성론자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로스쿨 찬성론자들은 다양한 전공자들이 로스쿨에 들어오면 다들 전문변호사가 될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전문변호사, 기업전문변호사, 환경전문변호사, 세무전문변호사 등은 이들 학문을 전공한 학부생들이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전문변호사의 "전문성"이란 학부전공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의 특정분야에서의 실무경험을 의미한다. 즉, 전문변호사가 되는 것은 학부전공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3. 로스쿨을 도입하면 풍부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회경험"이라는 개념도 모호하거니와, 법조인에게 필요한 사회경험이란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주어졌을 때 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지, 의사나 기업경영인, 펀드매니저, 환경운동가 등 비법조의 영역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야만 사회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영미의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영미의 로펌은 학부졸업 후 바로 로스쿨에 들어온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지, 다른 직업을 거쳐서 뒤늦게 법조계에 발을 담근 사람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비단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김앤장의 경우에도 서울대 법대 출신의, 20대 초중반에 일찍 사시패스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을 보더라도 다른 사회경험과 법조인의 경쟁력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을 마치고 새파란 나이에 바로 "판사"가 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법조일원화"라 하여 일정 기간 변호사나 검사일을 맡아본 사람들 중에서 판사를 뽑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므로, 이러한 폐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4. 로스쿨을 도입하면 법조계의 기득권을 깨트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로스쿨을 도입하면, 로스쿨 정원을 늘리려는 교육계의 힘에 의해 법조계의 기득권을 깨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일종의 以夷制夷 전략). 하지만, 로스쿨은 대학원 과정인데다가 등록금도 과다하여 법조계 진출의 장벽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고, 결국 법조인의 직업은 상류층의 전유물로 전락하여 새로운 기득권층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론을 하나, 각 대학들의 행태에 비추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을지 의문이며, 또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로스쿨 수료 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는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어차피 변호사들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변호사 이용의 문턱을 낮춘다는 그들의 주장과 모순되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로스쿨 찬성론자들은 사법시험의 존치를 요구하는 일각의 주장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바, 사법시험체제와 로스쿨체제가 병존한다면 오히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미국과 일본, 캐나다도 시험만으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말이다.

"학부(4년) - LEET 시험 - 로스쿨(3년) - 변호사 자격시험 - 실무연수(2년) - 실무투입"이라는 6단계의 과정, 최소 9년의 세월을 요구하는 과정, 특히 남성의 경우 군대문제로 인해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을 도입하느니, 정공법을 택해 사법시험의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5. 기존의 사법연수원 체제는 획일적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사법연수원 체제는 획일적인 법조인을 양성하게 되는데 반해, 로스쿨은 수많은 대학에 분산되어 다양한 학풍의 법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로스쿨은 법학자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실무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주장이다. 실무에 무슨 학풍이 있다는 말인가.

설혹 로스쿨이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로스쿨이 실무위주의 교육을 하는 이상, 학문으로서의 법학교육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고, 그 수준 또한 학부수준에 불과할 것인 바, 그렇다면 기존의 "법과대학 - 사법시험" 시스템과 하등의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법시험에 학부성적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과대학의 교육을 활성화시킨다면, 나중에 사법연수원이라는 단일실무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받는다 하더라도 다양한 학풍의 교육을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6. 사법시험은 암기위주의 단순무식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법전에 다 나와 있는걸 고시생들은 단순무식하게 암기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법조실무는 법조문 그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법조문의 해석론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며, 사법시험 역시 법조문 암기시험이 아니라 이러한 해석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 바를 드러내는 시험이다(심지어 2차 시험은 법전을 참조할 수 있다).

물론 필수적인 법조문(모든 법조문이 아니다!)과 필수적인 판례, 필수적인 학설을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어야만(어구 하나하나를 정확히 암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영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며, 해박한 지식이 머리속에 박혀 있다는 말은 그동안 수많은 정보를 암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 유독 법 분야에 한해서만 암기위주라고 비판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군다나 로스쿨을 수료하더라도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변호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바, 이 시험 역시 현행 사법시험(특히 논술식인 2차 시험)의 형태를 띌 수 밖에 없고, 결국 현행 사법시험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은 단순암기, 로스쿨은 종합이해라고 도식화하는 것은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형성된 왜곡된 이미지(가령 논스톱4에서 앤디가 "당신은 형법 제XX조 XX항에 의거 XX죄에 해당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by 이카리신지 | 2008/03/24 17:58 | [잡 상]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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